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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가 지배하는 이상적인 사회'
2003-11-16 07:20:02 read : 31074
손봉호 교수, 국제개혁신학포럼 3회 강연 진행
▲손봉호 교수ⓒ송경호 기자
9월 19일부터 11월 28일까지 총 5회로 계획된 국제신대의 국제개혁신학포럼이 어느덧 그 절반지점인 3회까지 진행됐다. 본 포럼은 손봉호 교수의 '약자 중심의 윤리'라는 주제강연으로 진행되고 있다.
1회 때 "하나님의 사랑은 원수도 사랑하는 의지의 능동적인 결단인 아가페", 2회때, "기독교 윤리는 타자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란 결론을 도출했던 손 교수는 이번 3회때는 "이상적인 사회는 윤리가 지배하는 사회"라고 결론내렸다.
손 교수는 "윤리는 이웃에게 직.간접적으로 해를 끼치는 않는 것"으로서 "경쟁사회 속에서 강자를 규제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그 필요성을 지적한 후 "인간의 자유의지를 전제하기 때문에 인간의 존엄성에 손상을 가하지 않으며 모두의 자발적인 참여로 사회 질서를 유지시킬 것"이라며 윤리를 가장 바람직한 사회제도로 꼽았다.
3회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받았다고 할 때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자유의지를 부여받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다.
많은 이들이 하나님께서 인간이 선악과를 통해 타락하도록 예정하셨고 그리하여 타락한 인간에게 다시 구원의 역사를 베푸시는 것으로 오해해 하나님을 비난한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담을 꼭두각시로 만들지 않으셨고, 대신 그에게 자신의 행동을 선택할 자유의지를 주셨다. 하나님은 꼭두각시에게 찬양을 받기 원치 않으신다. 당연히 순종하도록 만들어진 로버트가 순종할 때 그런 순종은 순종받는 이에게 기쁨을 주기 못한다. 순종하지 않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종하는 것이 진정한 순종이다.
윤리라는 것도 이처럼 인간의 자유의지가 전제돼있을때 성립돼진다. 윤리란 다른 이들에게 이익을 끼치지 않아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이익을 끼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윤리적 질서가 많이 무너지는 것은 인간을 숙명론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가장 먼저 걱정한 이가 칸트인데, 칸트 이전 유럽의 관념론에서는 자유의지를 허용치 않았다. 이때는 만물이, 심지어 윤리까지도 기하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여기에는 자유의지가 끼어들어갈 틈이 없었다. 오늘날 신경물리학도 인간의 정신세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칼 마르크스도 인간을 숙명론적으로 생각했다. 프롤레타리아로 태어난 이는 프롤레타리아적으로, 부르조아로 태어난 이는 부르조아적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우리가 객관적 지식이라 생각하는 것들조차 알고보면 이데올로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숙명론에 따르면, 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 사람이 성장한 문화 배경에 달려있다. 여기서 윤리적 상대주의가 나온다. 문화에 따라 가치관이 다르므로 각 문화가 윤리적으로 선한지 악한지를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예를 들어, 아프리카 지역 여성들의 할례도 선악을 말할 수 있는 윤리적인 것이 아니며 단지 지역 문화일 뿐이다.
오늘날 이러한 결정론이 팽배해있어 큰 문제다. 살인자가 살인을 하게 된 것도 그의 잘못이 아니라 그가 놓여져있던 사회적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를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죄수들의 70%가 자신들은 정부가 정치를 잘못해서 감옥에 갇히게 된 '정치범'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숙명론적 사고는 인간에 대한 모독이다. 누군가가 악을 저질렀는데 그것이 그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 대한 모독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을 자기 자신을 책임질 수 있는 존재로 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책임질 수 있는 인격체로 보아주는 것이 그를 존중하는 것이다. 또 그 사람 편에서 보아도 잘못한 것에 대해 정당한 벌을 받는 것이 자기를 존중하는 것이다.
성경이 이웃을 사랑하라고 명령하는 것은 인간이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는 자유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도 인간을 사랑하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 사랑하신 것이다. 사랑하지 않을 자유를 가지고 있음에도 사랑할 때 윤리적인 가치가 있다. 이웃을 사랑하지 않아도 되는데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그런데 십계명을 보면 "...하지 마라" 형태의 명령이 대부분이다. 아가페는 능동적 아가페와 수동적 아가페로 세분해볼 수 있다. 전자는 자신을 희생하며 타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고, 후자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윤리는 소극적인 아가페라고 할 수 있다. 윤리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물론 성경에 "정직해라", "공정해라" 등 능동적인 아가페를 요구하는 명령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정직하라"고 말하는 것은 "정직하지 않은" 현실이 전제돼있는 것이다. 또 정의롭지 못한 것을 먼저 이해할 때 그것을 통해 정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정직하라"고 할 때는 "거짓말하지 말라"가 먼저다.
계속 말해왔듯이 윤리는 직.간접적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보통 이러한 소극적인 행위보다 적극적인 행위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데, 우선은 소극적인 것이 선행돼야 한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의 명령을 보면서 이웃에게 이익을 주는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이웃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인간이 왜 타인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지 살펴보자. 현상학적으로 설명하면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사람을 제외된 동물의 욕망은 한계가 있으나, 사람의 욕망은 미래의 수요까지를 예상해 추구한다. 예를 들어, 사슴 고기가 있을 때, 사자는 먹다가 배부르면 버리고 가지만, 인간은 당장은 배불러도 내일 먹을 생각을 하며 싸가지고 간다.인간의 욕심은 무한하기에 공급이 아무리 많아도 수요에는 미치지 못해 결국 서로 간 경쟁이 일어나게 된다. 따라서 이익을 보기 위해 타인들에게 손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존 로크는 돈을 "닳지 않는 소유물(possession without spoiling)"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말처럼 돈은 매우 오랫동안 저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재화로서 이러한 돈은 인간 간 경쟁이 훨씬 뚜렷해지도록 부추겼다.
또 식욕, 성욕 등의 욕망은 물론 인간의 생존과 존속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괘락에는 단순히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채워질 때 느끼는 쾌락 외 잉여쾌락이 있는데 이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재화가 필요하기에 경쟁이 심각해진다. 남한이 쓰레기로 버리는 음식이 상당한데 이것을 북한에 다 주면 북한 주민들이 충분히 먹을 양이다. 쓰레기로 남을 만큼 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에서 얻는 기쁨 외의 먹는 행위 자체에서 얻는 기쁨(잉여쾌락)을 충족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사실 오늘날은 전세계 인류가 먹거도 남을만큼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하루에 수많은 이들이 아사한다.
가인의 자손은 음악을 하기 시작하면서(창4:21) 즐기기 시작했다. 적당하게 즐기면 좋은데 그런데 지나치게 쾌락을 누리려고 하면 그로 인해 다른 이들은 더 가난하게 지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이 인간의 불안과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 사이의 경쟁 때문에, 토마스 홉스는 인간의 자연상태에 대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고 표현했다. 자연상태에 두면 양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결국 강자만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것을 막기 위해 제도, 특히 국가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그들의 안전을 보호해준다. 왕권신수설 이후 등장한 이론이 사회계약설이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성경의 설명은 다르다. 국가는 인간의 생존 욕구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관계 문제 때문에 시작된 것이다. 아벨을 죽인 가인이 하나님 면전에서 쫒겨나면서 그에게 불안이 생겼다. 하나님께서 보호를 약속하셨지만 그는 이를 믿지 못하고 자기 힘으로 자기 안전 보장을 위한 성을 쌓는다. 그후 역사가 흐르며 무기를 만든다. 불신이 바로 죄다.
성을 쌓는 것은 상대가 침입치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한편이 성을 쌓으면 상대편도 성을 쌓게 된다. 서로 경쟁하면서 쌓는다. 여기서 물질 등 여러 면에서 엄청난 낭비가 초래된다. 판문점에 있는 남한측 유엔기와 북한측 인공기를 가지고 남한 양측이 서로 높이 쌓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 한편이 성 쌓기를 그만두면 상대편도 성을 쌓을 필요가 없어진다. 객관적으로 볼때는 양편다 허물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런데 서로 과잉방어를 한다.
오늘날 세계 상황이 이러하다. 현재 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들을 폭발시키면 지구가 50번 이상 잿더미가 될 수 있다고 한다. 한번도 충분한데 왜 50번씩이나 폭발시키려하나. 미국, 북한 간 핵 보유 갈등도 이런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은 핵무기를 가져도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북한이 가지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북한은 또 여기에 반발한다.
불신과 불안이 인간 관계를 경쟁적으로 만든다. 따라서 성경에서 하나님은 법을 주시지 않을 수 없다. 법은 강자를 견제하고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약자 보호를 위해 강자를 규제하는 방법으로는 법률 외에도 예의, 윤리(도덕)가 있다.
법률은 가장 강력한 것으로 물리적 폭력 행사를 통해 규제하는 것이다. 이는 효과적이기는 하나 우리 행동을 타율적으로 규제하는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에 손상을 입힌다. 또 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경찰, 법관이 있어야 하는 등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법률에 비해 자율적인 것이 예의와 도덕이다.
우선 예의는 타인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물론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무례한 이로 욕을 먹겠지만 그뿐으로 다른 처벌은 없다.
윤리(도덕)은 예의보다는 그 제재가 강하다. "비도덕적"이면 "무례한"것보다 사회적으로 보다 많은 규제를 받는다.
가장 바람직한 사회제도로는 윤리를 꼽고 싶다. 가장 이상적인 사회는 법이 없으나 윤리가 지배하는 도덕적인 사회다. 그러면 모두 자발적으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질서가 자동적으로 설 것이다. 즉 인간의 존엄성이 지켜되고 사회 질서가 유지돼 약자가 보호를 받을 것이다.
크리스천투데이/ 김영빈 기자 ybkim@ch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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